해병대 출신 노병 부부의 고난의 순례길
2026. 9. 27 · 산티아고 순례길

70대 부부가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함께 걷는다는 것은 서로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일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
아내와 나는 70대 부부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이 길을 왜 이 나이에 걷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번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아내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은 인생에서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길이 나에게보다 아내에게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아내는 평생 운동을 해온 사람이 아니다. 반면 나는 오랫동안 스키를 가르쳤고 자전거를 타며 장거리 여행도 해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앞에서 끌고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례길에 들어서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길에서는 앞서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 피레네산맥을 넘어가는 나폴레옹 길을 걸었다.
산길의 오르막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아내가 힘들어하면 나는 뒤에서 걸으며 아주 조금씩 도와주었다. 하지만 대신 걸어줄 수는 없었다.
결국 한 걸음은 아내가 직접 내디뎌야 했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10km를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15km, 18km를 걷기 시작했다.
20km를 넘는 날도 생겼다.
어느 날은 기온이 33도에서 35도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몇 킬로미터에서 아내는 다리에 힘이 빠져 여러 번 주저앉았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나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하나?’
그러나 아내는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결국 자기 발로 26km를 걸었다.
그날 나는 아내에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정말 대단하구나.’
나는 그동안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체력과 기술을 이야기했다. 스키를 가르치면서는 정확한 자세를 알려주었고, 자전거를 타면서는 체력과 페이스 조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산티아고에서는 내가 오히려 학생이 되었다.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상대방의 속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 누군가와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실 아내를 기다리는 것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나는 더 걸을 수 있고, 더 빨리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하기 위해 속도를 늦춘다.
처음에는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아졌다.
조금 뒤에서 힘겹게 걸어오는 아내가 보인다.
그러면 나는 다시 기다린다.
그리고 아내가 내 옆에 도착하면 우리는 다시 함께 걷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되었다.
“70대 부부가 이 길을 걷고 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산티아고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오늘 걸어야 할 길은 오늘 걷는다.
우리는 지금도 매일 새로운 마을에 도착한다.
오늘은 Villarmentero de Campos에 도착했다.
20km를 걸었고, 고개도 세 개를 넘었다.
숙소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놓는 순간 온몸이 피곤하다. 그러나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하다.
오늘 하루도 우리가 해냈기 때문이다.
순례길에서는 목적지만 바라보면 길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5km씩 생각한다.
다음 마을까지.
그리고 또 다음 마을까지.
인생도 어쩌면 같은 것인지 모른다.
70대가 되면 인생의 남은 거리를 계산하게 된다. 그러나 남은 거리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우리에게 걷는 방법만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서로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힘들 때 손을 내미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가르쳐주었다.
우리의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배낭을 메고 신발 끈을 묶을 것이다.
그리고 또 걷는다.
몇 킬로미터를 걷게 될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힘든 오르막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아내보다 먼저 산티아고에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 함께 도착하고 싶다.
그것이 이번 순례길에서 내가 정한 유일한 목표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다.
천천히.
그러나 함께.
Buen Camino!
미국 거주 해병대원...